미나리(스포, 개인적 주관 리뷰)
들어가기전
스포 있음. 영화의 구성요소를 다루려고 합니다.
1) 가족의 이야기
이 영화는 1970년대 초에서 1980년도 정도의 시기로, 한국인 부부가 미국에 정착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가족 내에서 싸움을 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투자를 위한다고 하지만, 누군가는 그 과정에서 아주 많은 양보를 하게 됩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보이는 관심의 차이도 눈여겨 볼만합니다.
이 영화는 잔잔합니다. 지극히 가족의 이야기, 그 주위의 환경체계들에 관심을 가지게끔 합니다. 그럼에도 몇 몇은 이 영화를 보면 감정적 불편함을 가집니다. 동양의 가족주의, 한국의 가족문화에 대한 내용을 미국이라는 배경을 이용해서 관조적으로 풀어나가는 이야기라고 판단했습니다.
2) 관점
저는 이 영화의 처음을 제이콥과 데이빗의 시각으로 관람했습니다. 내 이야기였고, 내 이야기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영화의 거의 끝자락 데이빗의 심장상태가 나아지고, 데이빗이 농산물을 팔 수 있는 시장과 연결되었을 때,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순자와 데이빗, 앤과 함께 웃으면서 미나리를 따면서 끝날 줄 알았습니다. 기존의 가족을 다룬 영화, 동화에서 사용하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라는 전래동화 식 결말이 아니었습니다. 그제서야 제이콥과 데이빗이 아닌 다른 인물들의 모습들이 떠올랐습니다. 모든 일을 제 뜻대로 이뤄질 수 없습니다. 영원할 거 같았던 가족의 건강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모니카는 데이빗의 심장이 나아짐을 확인한 후에 "상황이 좋아지면 같이 사는거고, 나빠지면 헤어지는거야?" "그 쪽만 보고 왔는데 더 이상은 힘들다." 순자의 상태 악화 때, 앤에게 "엄마가 이기적이라 그래", 와 같은 대사들. 모니카는 가족의 행복과 제이콥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느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자신만 희생하면 모두가 행복한 즉, 가족의 행복이 자신의 행복이라는 식으로 말입니다. 영화 내내 모니카의 이러한 심리가 직접적으로 나타나지 않습니다. 우리가, 그리고 제가 어머니의 희생에 무관심했고, 나의 많은 행동들이 폭력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1회 관람에서는 이러한 느낀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2회차에서는 모니카의 관점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혹은 순자의 관점, 아이들의 관점에서도 이 영화는 제각기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3) 폴아저씨
그는 한국전쟁에 참전한 인물입니다. 그의 행동들을 보면 괴짜, 조금 모자라 보입니다. 제이콥이 그를 대하는 방식들이 그런 제이콥이 상태를 간접적으로 보여줍니다. 저도 처음에 영화의 시대상을 2000년도로 잡고 봤고, 한국전쟁에 참전했다면, 저런 나잇대가 아닐 것 같은데? 라며 의심을 하면서 봤습니다. 하지만 라나에스포 - 사랑해 라는 노래가 1971년 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 폴은 어림잡아서 5,60대 정도 쯤이겠구나, 라는 조각이 맞춰졌습니다.
저는 이 인물에 아주 큰 감사와, 존경심을 느꼈습니다. 우리가 아는 흔히 아는 기성종교, 성당과 교회에서 기도를 드리는 것이 아닌, 자기자신 안에 있는 예수를 믿습니다. 이외에도 예수의 이름으로 담배를 거부하고, 이웃의 건강과 번성을 위해 진심으로 기도하고, 행동하는 모습들을 보여줍니다. 예수가 교회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니까, 영화 내 기성종교의 모습과 비교하면, 예수와 더 가까운 것은 폴이라는 인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4) 그 외
흙과 물, 불과 같은 자연의 상태가 큰 의미로 다가옵니다.
미국에서의 샤머니즘 문화가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처음에 미국인이 나뭇가지로 물 찾는다고 해서 이런 비과학적인 방법을 사용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결국에 제이콥의 선택들 (머리)이 정답이 아니었다는 점이 나타납니다. 순자의 건강을 위해서 폴이 집안 곳곳에 기름을 바르고 기도를 드리는 장면이 있습니다. 불과 기름이라는 요소로 복선을 가져온 것인지, 순자는 창고에 불을 냅니다. 그러면서 제이콥과 모니카가 서로의 가치를 존중? 소중히 한다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모니카는 농산물을 위해 불 속으로 들어갔고, 제이콥은 그런 모니카를 놓치지 않기 위해 구해냅니다.
5) 마치며
영화를 여러 번 보다보면 생각이 바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영화를 높게 사고 싶은 점은 틀린 게 아니라 다르다는 사실을 영화라는 기법으로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제이콥의 모습이 누군가에게는 지나치게 가부장적이고 자기만족에 가족들을 포기하려고까지 하는 사람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착을 위한, 더 나은 집안을 위한 가장의 무게도 생각해봐야할 것입니다.
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불편했던 감정은 돌아가신 친할머니, 친할아버지에 대한 감정입니다. 그 당시에는 정말 예의없게 굴었던 기억이 순자와 데이빗의 모습에서 떠올랐습니다.
여러분들도 영화 한 번 보시고 각자의 생각을 말해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