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심해요 모래알이든 바윗덩어리든 물에 가라앉긴 마찬가지에요"
영화를 어느 정도 관통하는 대사라고 생각했다.
오대수의 이름은 오늘도 대충 수습하자. 라는 뜻이라고 오대수 스스로 해석한 듯 하다.
(오이디푸스 라는 해석도 있다. 이 해석이 내가 한 해석보다 신빙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해석은 관객들에게 있어 그가 군만두만 15년 먹이는 그 감옥에 간 이유를 설명하려는 것 처럼 들리기도 했다. 그가 오늘(어제)을 대충 수습하기 위한 어떤 행동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죄를 저질렀는가에 대한 생각이 가득해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래알과 바위에 대한 대사는 언어의 의도나 감정이라는 무게가 크든 작든 물에 가라앉을 수 있다는 것을 암시했다. 오대수가 사설감옥에 갇힌 이유를 떠올리지 못한 건 암시나 최면, 약물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생각하기에 모래알과 같은 말, 아주 가벼운 무언가였기 때문이다. 영화 내내 쉽게 기억해내지 못한 것이다.
최면술사?(그 사람이 마법을 쓴 게 아니고, 수사기법 중에도 최면 기술이 있기에 심리학자라고 표현해보자)
에게 오대수는 편지를 쓴다. 심리학자의 마음을 움직인 마지막 한 줄. 짐승만도 못 한 인간이라도 살아갈 권리는 있지 않느냐는 글귀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에서는 짐승, 개가 출연한다. 두 번. 개는 옥상에서의 누군가와 오대수의 편지와 각각 연결되며 나타난다.
이 문단은 개인적인 주관이 짙다. 배우 오달수가 운영하는 사설감옥은 누군가의 사주를 받으며 죄수를 가두며 운영된다. 옥상에서 미상자의 대사와 오대수는 아마 같은 처지였을 것이다. 사법부의 법 집행에 만족하지 못 한 누군가가 그의 짐승만도 못한 죄를 벌하기 위해 사설감옥에 의뢰를 했을 것이다. 개를 안고 있는 사람을. 그리고 오대수는 아주 오랜만에 인간을 본 개처럼 그의 냄새를 맡는다. 그리고 머지 않아 오대수는 유지태의 다리를 붙잡으며 개가 된다. 개가 되어 그간 자신이 모르던 죄값의 이유를 알게 되며, 인간이 아닌 짐승의 모습으로 용서를 빈다.
우리는 보통 성 욕구를 주체하지 못하는 이들을 보고 짐승만도 못한 것이라고 욕하곤 한다. 그리고 성 욕구에 대해서 용인이 가능한 사회적 인식들이 있다. 영화의 사례, 사회가 용인하지 않는 성 욕구의 실행은 법적으로 처벌을 받게 된다. 결정적으로 우리 사회는 영화의 사례를 터부시한다. 일어날 수 없고,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그럼에도 자신의 성욕을 주체하지 못하고 짐승이 되려는 자들의 사례는 발생한다.
영화 속 유지태의 사례, 그의 대사처럼 사적 공간에서의 행위에 대해서도 사회의 인식대로 죄 값을 물릴 수 있을까? 물릴 수 있다. 근친상간 법의 목적이 나라의 근간을 지키기 위함이라는 표현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뿐만 아니라 여느 나라들, 대표적으로 독일의 근친상간죄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사적 공간에 대한 침범은 사법부의 권한으로 쉽게 이뤄질 수 없다. 오대수의 행동과 말처럼, 호수에 모래를 뿌리지 않는 이상 알려지지 않았을 것이고, 알려지지 않았다면 유지태 또한 여느 누군가와 다르지 않은 거 같은 삶을 살았을 것이다. 상호 간 강제성이 없는 행위에 대해서도 죄 값을 물리는 것이 정당할까?
옳고 그름, 그 판단과 연결되는 세상과 삶을 바라보는 방식에 대한 판단은 각자에게 있다. 내가 명확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이 영화 극중 인물 중 대부분은 사회의 인식으로 볼 때 인간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올라오는 불쾌한 감정들이 그것을 대변할 것이다. 하지만 사회가 인간이라고 보지 않는 이들. 미상자의 대사와 오대수의 편지처럼 짐승만도 못한 이들이 천부인권의 권리로 목숨을 부지하였다. 반대로 누군가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누군가는 과거를 잊어버릴 권리까지 주어졌다.
오대수의 경우 작은 모래에 의해 일련의 과정을 겪은 것에 억울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영화는 짐승들을 보여주고 있다. 오늘 하루만 대충 수습하고 살겠다는 행동양식은 인간이 아닌 짐승에 가깝다. 전두엽, 대뇌피질 영역이 좁아 계획이나 사회적 행위에 어려움이 있는 짐승과 엇비슷하다. 어떻게 보면 15년 간 짐승화가 고착화되어버린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오대수의 이름의 의미가 근친상간을 대표적으로 설명하는 오이디푸스를 의미한다는 해석도 있다.)
https://m.lawtimes.co.kr/Content/Opinion?serial=52211
관련해서 참고한 법률신문의 기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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